속초의 설악산 자락에 자리한 상도문 돌담마을부터 활기찬 속초관광수산시장, 바다 위 정취가 깃든 영금정, 그리고 달콤한 울산바위 무스케이크가 있는 소호카페까지. 조용한 산책과 따뜻한 사람 냄새, 감성적인 바다 풍경,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으로 채워지는 속초의 하루를 서정적으로 담아낸 여행기입니다.
목차
고요히 마음을 걷다, 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복잡한 일상 속, 조용한 걸음이 위로가 되는 길이 있습니다. 바람이 이끄는 대로 걷다 보면, 머릿속은 말갛게 비워지고, 마음은 어느새 평온해집니다. 그 길의 끝에 만난 곳, 설악산 자락 아래 오롯이 놓인 속초 상도문 돌담마을입니다.

500년을 살아낸 마을은 세월이 켜켜이 스민 돌담으로 둘러싸였습니다. 낮게 쌓인 담 너머로 작은 집들이 고개를 내밀고, 담벼락에는 고양이의 발자국이 잔잔히 남아있습니다. 하얗게 내린 눈은 그 위를 덮고, 그 풍경은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정겹고 그윽합니다. 걷는 이의 마음에도 잔잔한 파문이 번집니다.
이 마을의 돌담에는 사람들의 손길이 남아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소품을 얹고, 때로는 한 줄 시를 새겨 넣습니다. 무심한 듯 놓인 그 흔적들은 어느새 작은 전시장이 되어, 산책자의 걸음을 멈추게 만듭니다. 조선 말기의 성리학자 오윤환 선생의 글귀는 찬 바람에도 희미하게 울려 퍼지며, 그 시절의 숨결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설악산의 품 안에 안긴 이 마을은, 그 자체로 한 점의 풍경화입니다. 햇살이 돌담에 드리우는 오후, 바람이 잎새를 스치는 소리, 눈 쌓인 산자락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그 순간은, 아무 말 없이도 위로가 됩니다. 마음을 비우고 채울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쉼표가 여기에 있습니다.
INFO 상도문 돌담마을
주소: 강원 속초시 상도문1길 30
활기와 향기가 머무는 곳, 속초관광수산시장
비움의 걸음 뒤엔 채움의 시간이 옵니다. 사람 냄새 가득한 골목, 활기찬 손짓과 다정한 인사로 가득한 이곳.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여행자에게 따뜻한 온기를 건넵니다. 바구니 가득 해산물을 담고 흥정을 나누는 사람들, 손에 쥔 간식을 나눠 먹는 아이들. 이곳의 풍경은 늘 살아 숨 쉽니다.

1953년에 문을 연 시장은 지금까지 300곳이 넘는 점포가 옹기종기 모여 속초의 일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쌓인 내공은 시장의 냄새와 맛, 온기로 녹아 있습니다. 주말과 평일의 경계도 무색하게 북적이는 이곳은, 늘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시장이야말로 속초를 속초답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싱싱한 수산물, 짭조름한 젓갈, 고소한 순대와 부드러운 술빵, 그리고 군침 돌게 만드는 닭강정까지. 천천히 걸으며 맛보고 고르고, 그 속에서 잊고 있던 감정들이 하나둘 피어납니다. 속초의 맛과 정은 이 시장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INFO 속초관광수산시장
주소: 강원 속초시 중앙로147번길 12
수평선 너머 감성의 끝, 영금정
동해 바다 끝자락, 바다 위에 살포시 놓인 정자가 있습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천천히 발길을 옮기면, 어느덧 파란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하얀 물결 위로 영금정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차가운 바람은 볼을 스치고, 바다는 묵묵히 출렁입니다.

돌다리를 건너 정자에 닿으면, 바다는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발 아래 출렁이는 물결,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 그 경계가 허물어지는 곳에서 우리는 잠시 현실을 잊습니다. 그리고 더 높은 언덕으로 오르면, 바다와 정자, 하늘이 어우러진 완벽한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해돋이를 맞이하는 정자는 1997년에, 언덕 위 정자는 2008년에 세워졌습니다. 파도 소리가 거문고처럼 들려 붙여진 이름, 영금정. 비록 그 소리는 이제 희미해졌지만, 정자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그 소리보다 깊고 잔잔하게 마음을 울립니다. 해가 떠오르는 시간, 이곳은 새해의 희망으로 가득 찹니다.
INFO 영금정
주소: 강원 속초시 영금정로 43
달콤한 속초의 기억, 소호카페
여행의 끝자락, 마음을 살짝 풀어내는 시간. 소호 거리의 조용한 골목을 따라가면, 따뜻한 빛이 새어 나오는 소호카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청년들의 꿈이 담긴 이곳은, 울산바위를 형상화한 무스케이크로 여행자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손도끼를 닮은 나이프로 케이크를 자르면, 진한 초콜릿 무스 안에 새빨간 라즈베리가 숨어 있습니다. 단단한 겉모습을 가진 울산바위처럼, 속은 부드럽고 따뜻합니다.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은 하루의 고단함을 천천히 녹여줍니다.
시그니처 맥주 한 잔과 함께라면, 이곳은 작은 축제의 공간이 됩니다. 열대과일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부드러운 무스와 어우러지는 그 조화는 짧은 여행의 완벽한 마무리입니다.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여행자는 그 날의 기억을 다시 꺼내어 마음속에 정성스럽게 접어 넣습니다.
INFO 소호카페
주소: 강원 속초시 수복로259번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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